하늘과 나무의 대화
바람이 부는 날, 나는 종종 작은 공원에 앉아 하늘과 나무를 바라본다. 이 평범한 시간이, 때로는 나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된다. 고요하게 앉아 있으면, 자연은 그저 자연 그 자체로 나를 끌어당긴다. 나는 그 안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선 느낄 수 없는, 깊은 교감을 느낀다.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가는 도심 속에서도, 자연은 언제나 그 자리에 묵묵히 존재한다. 그 하늘과 나무는 나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있는 듯하다.
하늘은 늘 변한다. 맑았다가 흐려지기도 하고, 구름이 떠서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그 변화는 그저 시간의 흐름에 맞춰 움직일 뿐, 특별한 이유 없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나는 그것을 보며 어느 순간부터 나의 삶도 그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은 언제나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뜻이 있어야 변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삶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것이다. 아침이 되고 저녁이 되며, 나도 어느새 그 흐름 속에서 내일을 생각하며 살아간다. 마치 하늘의 구름이 무심히 지나가듯, 나도 또 하나의 구름처럼 흘러가는 삶 속에서 자신을 찾으려 애쓴다.
나무는 하늘보다 더 깊은 이야기를 가진 듯하다. 뿌리를 깊이 내리고, 계절의 변화를 맞이하며 그 자리를 지킨다. 가지와 잎은 계절마다 다른 색을 자랑하고, 꽃은 다시 한 번 태어나며 열매를 맺는다. 나무의 모든 변화는 그저 생명력의 흐름 속에서 이루어진다. 나무는 어떤 질문도 하지 않지만,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알게 된다. 변화는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의 고유한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것을. 나도 내가 처한 환경과 상황 속에서 내 방식으로 변화해가며 살아간다.
어린 시절, 나는 나무를 그저 큰 식물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그 나무가 나에게 주는 의미가 달라졌다. 어떤 나무는 그늘을 만들어 주고, 어떤 나무는 꽃을 피우며 주변을 아름답게 만든다. 나무는 그 자체로 존재만으로도 누군가에게 쉼을 주고, 누군가에게는 삶의 희망을 주는 존재가 된다. 때로는 누군가가 떠나고, 나의 삶에 슬픔이 찾아올 때, 나무를 보면 그저 나와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나무는 그저 그 자리에 있지만,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위로받는다. 그 자리는 언제나 변함없고, 내가 그 자리에 있든 없든, 그 자리에 서 있음을 안다. 나무에게서 나는 그런 안정감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종종 나무를 보며 나도 그처럼 변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 자리를 지키며,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느 날, 하늘은 유난히 푸르르고 나무들은 초록이 짙게 물들어 있었다. 나는 나무들 사이를 걸으며 한참을 생각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무의 잎들이 살랑거리고, 햇살에 비친 그 잎사귀들이 반짝인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순간적으로 나의 삶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 자연들, 그리고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깨달았다. 하늘도 나무도, 그저 나에게 속한 어떤 존재처럼 느껴지지만, 동시에 그들은 내 삶의 일부이고, 내 삶이 그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곳에 있듯이, 이 세상 모든 존재들은 서로 이어져 있고, 그 존재들 속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변화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느껴졌다.
그날, 나는 나무 아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며 깊은 숨을 쉬었다. 자연 속에서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람은 혼자 존재할 수 없다. 우리는 언제나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며, 그 관계 속에서 의미를 찾는다. 마치 나무와 하늘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사람과 사람도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다. 나는 그 점을 생각하며 한동안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하늘은 여전히 변하고 있었고, 그 변화 속에서 나는 내가 가야 할 길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무와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작은 결심을 했다. 나도 나무처럼 내 삶을 묵묵히 살아가겠다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 안에서 나만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나무처럼 한 자리를 지키며, 내 삶이 누군가에게 쉼이 될 수 있도록 살아가겠다고. 하늘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 변함없이 있겠다고. 그리고 내가 지나온 길도, 내가 앞으로 갈 길도, 결국에는 자연의 일부처럼 이어져 있다는 것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나는 또 다른 하루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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