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기억
어느덧 봄이 오고, 겨울의 차가운 기운이 물러나면서 나는 매년 봄날마다 한 가지 습관을 떠올린다. 그 습관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단지, 봄이 오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장소에서 한 시간쯤 걷는 일이다. 그곳은 내가 어릴 적 자주 가던 동네의 작은 공원이다. 그곳에 가면, 어릴 적의 기억들이 마치 영화처럼 떠오른다.
기억 속의 그 공원은 그리 크지 않았다. 나무가 많지도 않았고, 그늘이 드리워지는 곳도 많지 않았다. 다만, 봄이 오면 공원의 공기마저 달라지곤 했다. 어린 나는 그곳에서 엄마와 함께 손을 잡고 걷거나, 때로는 혼자서 놀이터의 미끄럼틀을 타기도 했다. 그곳에서의 시간은 언제나 빠르게 흘렀고, 돌아가고 나면 그날의 즐거운 기억이 온전히 나의 것이 되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봄이 시작될 무렵, 벚꽃이 활짝 피었던 때였다. 벚꽃이 만개한 날, 나는 친구들과 함께 공원으로 갔다. 그날 벚꽃은 마치 흩날리는 눈처럼 가볍고 부드럽게 떨어졌다. 그 순간, 나는 친구들과 함께 그 꽃잎을 손으로 받아보며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 순간의 감정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세상이 온통 핑크빛으로 물들고, 그 속에서 우리만의 특별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그 후 몇 년이 지나 나는 그 공원에서 벚꽃을 본 적이 없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그곳은 나의 일상에서 점차 멀어졌다. 사람들의 삶이 바쁘게 흘러가면서 나는 그 공원과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끊어졌다. 하지만 그때마다, 봄이 되면 내 마음 속 어딘가에서 그 공원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때의 나와 같은 나이가 되었던 친구들이었지만, 그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 질문은 언제나 내 마음 속에서 떠오른다.
어느 날, 나이가 들고 나서 다시 그 공원을 찾았다. 그 공원은 내가 기억했던 그대로였다. 벚꽃이 여전히 피어 있었고, 그 옛날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공원 주변에는 큰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고, 예전처럼 조용한 분위기는 많이 사라졌다. 사람들의 모습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어른들의 모습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아이들이 많이 보였다. 아이들은 나처럼 이곳에서 자라날 것이다. 나는 그들을 보면서 그들이 자라면서 가질 추억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 공원에서 다시 봄을 맞이하면서, 나는 이곳이 나에게 단순한 장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곳은 내 어린 시절의 행복한 기억이 깃든 곳이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값지게 느껴졌다. 세월이 지나면 변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 많지만, 그런 변화 속에서도 나는 그 기억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삶이 바쁘게 돌아가고, 내가 속한 환경이 변해도, 그 기억만은 내 마음 속에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생이란, 이런 추억들을 하나하나 쌓아가며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지나고 있는 시간은 나에게 또 다른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봄날마다 그 공원을 걷는 것처럼, 나는 앞으로도 그 시절의 기억들을 마음에 품고, 새로운 시간 속에서도 그때의 나를 떠올리며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내 아이들이 그 공원에서 같은 추억을 만들게 된다면, 나는 그들에게 그곳에서의 따뜻한 기억을 들려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오늘도 나는 그 공원을 걸으며, 봄바람에 실려오는 꽃향기를 맡는다. 그리고 그때처럼 벚꽃이 활짝 피기를 기다리며, 내 마음 속에 소중한 기억들이 자라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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